ㅁ에 대하여
김정식
ㅁ은 엄지와 검지로 나를 키우며
가만가만 세상을 열어 주는
부모님의 문 같다
난 거기에서 태어나
따뜻한 품속에서
쉼 하며 꿀잠을 청한다
엄마가 오일장 다녀오시는 날
문을 열고 나가면
바구니에 보름달이 얹혀 오기도 하고
때론
그믐날처럼 떠나 버린 슬픔,
쓸쓸함과 외로움에도 있지만
상현처럼 부풀어 오르는 웃음에도 있다
고갯길 넘어갈 때
할머니 무덤 곁
하얀 감자
이랑과 고랑을 타고 오는 파도 물결,
그리움에 눈 감으면
맑은 물이 샘처럼 흘러내려
내 맘에 새봄이 돋아나기도 한다.